김수아 학생의 성장 스토리 ( 개인정보상 가명 사용)
처음부터 빛나는 아이는 없습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빛을 찾아가는 그 여정을 지켜보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고,
그 빛이 눈부시게 퍼지는 순간은 교사에게도 하나의 기적입니다.
김수아, 제게는 그 어떤 제자보다 특별했던 아이.
오늘은 그녀가 보여준 ‘진짜 성장’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수아를 처음 만난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무표정한 얼굴, 구겨진 교과서, 비어 있는 노트.
그녀는 수업 내내 창밖만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다가가 말을 건네자, 수아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전 그냥... 포기할래요. 어차피 해도 안 돼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아직 중학생, 인생의 출발점에 있는 아이가
벌써부터 스스로를 포기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수아에게 하루 10분씩 ‘대화의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공부 이야기보다, 수아가 좋아하는 노래, 웹툰, 강아지 이야기부터 시작했죠.
수업이 끝난 뒤 교실 한켠에서 둘만의 짧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은
어느 순간부터 수아의 표정을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오늘 단어 좀 외웠어요."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공부 이야기가 나온 날,
저는 몰래 교무실에서 눈시울을 닦았습니다.
비로소,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아의 변화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교실 문을 닫고 책상에 얼굴을 묻은 채 울고 있던 수아.
"왜 이렇게 공부가 안 되는 걸까요…
저 진짜 열심히 했는데 왜 계속 틀려요…"
그 눈물 속엔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한 번 더 실망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수아의 옆에 앉아 손을 잡았습니다.
“실수해도 괜찮아. 포기하지 않는 너는 이미 대단해.”
그날 이후 수아는 더 이상 혼자 울지 않았습니다.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중3 마지막 중간고사.
수아는 영어 시험에서 98점,
전교 5등이라는 성적을 받아왔습니다.
성적표를 들고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는
한 손엔 시험지를, 한 손엔 눈물을 머금은 얼굴을 들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나 해냈어요.
나 진짜… 이럴 수 있을 줄 몰랐어요.”
그 순간, 저는 말없이 수아를 껴안았습니다.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믿게 된 아이의 성장이 너무도 벅찼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1년 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수아가 학원에 찾아왔습니다.
긴 생머리를 질끈 묶고, 당당하게 들어선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영어는 제일 쉬워요.
그리고… 전 이제 제가 좋아요.”
그 말이 제겐 상장보다, 트로피보다 더 소중했습니다.
수아는 영어 점수를 넘어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하게 된 아이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교사는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아이가 자기 가능성을 믿을 수 있도록 옆에 있어주는 사람입니다.
김수아는 제게 그 사실을 다시 알려준 고마운 제자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저는 또 다른 수아를 기다립니다.
포기했던 아이가, 자기 이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는 변화
그것이 진짜 교육이라고 믿습니다.
오늘도 그 믿음을 안고,
교실의 불을 켜고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릅니다.
“수아야, 오늘도 잘했어.”